1. 제작 배경
『범죄와의 전쟁』은 2012년 2월에 개봉된 영화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강타했던 '범죄와의 전쟁' 실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선언과 그에 따른 강력한 조폭 단속 정책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으며, 그 시기의 정치적 혼란, 검경 유착, 폭력조직의 부흥과 몰락을 정교하게 그려냈습니다.
감독 윤종빈은 1980~90년대 조폭문화와 공무원 사회의 생리를 엮어, 한국형 느와르 장르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는 실제로 1990년대 부산 지역에서 활동한 조폭들과 그들과 유착된 공무원 사회의 이야기를 철저히 조사하여 극의 리얼리티를 높였으며, 이에 따라 많은 관객들이 "실화를 보는 듯하다"고 느낄 정도로 사실감 넘치는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2. 주요 등장인물
● 최익현 (최민식 분)
전직 세관 공무원으로, 온갖 잔재주와 인간관계로 버티며 살아가는 생계형 인물. 술자리에서 알게 된 조폭 두목 최형배와 친분을 쌓아 폭력조직과 유착하며 자신의 세력을 키워 나간다. 무능하지만 처세술과 입담으로 살아남는 인물로, 대한민국 사회의 ‘아저씨 권력’의 전형이다.
● 최형배 (하정우 분)
부산 최대 폭력조직의 보스. 세련된 외모와 젠틀한 말투, 폭력성을 동시에 지닌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익현과 손잡고 조직의 정치권 진출을 모색한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냉정한 판단력으로 결국 익현과의 관계를 청산한다.
● 조범석 검사 (곽도원 분)
정의감보다는 정치적 생존이 중요한 현실주의 검사. 최익현과 조직폭력배들 사이의 유착관계를 캐내기 위해 끈질기게 수사에 매달린다. 실존하는 권력기관의 이중성과 현실적인 타협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 김판호 (조진웅 분)
형배의 오른팔이자 실질적인 행동대장. 조폭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지만, 형배에 대한 충성심과 내부에서의 위계질서를 충실히 따르는 인물.
3. 줄거리 요약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 보스 최형배를 만나다! 1982년 부산. 해고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을 일본으로 밀수출, 마지막으로 한 탕 하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머리 쓰는 나쁜 놈과 주먹 쓰는 나쁜 놈, 부산을 접수하다! 익현은 탁월한 임기응변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형배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다. 주먹 넘버원 형배와 로비의 신 익현은 함께 힘을 합쳐 부산을 접수하기 시작하고, 두 남자 앞에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진다. 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들의 한판 승부. 범죄와의 전쟁 하지만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조직의 의리는 금이 가고 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들 사이의 배신이 시작된다.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한판 승부, 최후에 웃는 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4. 주요 감상 포인트
● 실제 사회상을 반영한 리얼리즘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현실감’입니다. 공무원과 조폭, 정치와 검찰 간의 유착 구조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부산 사투리와 당시 유행했던 복장, 음악, 사회적 분위기가 충실히 재현되어 몰입감을 더합니다.
● 캐릭터 중심 서사
익현과 형배, 검사 조범석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의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배신하고, 이용하는 관계를 통해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축소해 보여줍니다. 특히 최민식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축으로, 처세술의 달인 익현을 능청스럽고도 인간적으로 표현하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 한국형 느와르의 성립
이 작품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본격 ‘느와르’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영웅 없는 세계, 어둡고 냉정한 현실, 배신과 생존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관객은 도덕적 판단이 무력화된 세계를 지켜보게 됩니다. 이로 인해 영화는 단순한 범죄영화 이상의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시대의 아이러니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미명 아래 조폭보다 더한 부패한 권력자들이 살아남는 현실을 조명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최익현이 여전히 ‘인맥’으로 무언가를 꾸미려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변하지 않는 현실을 시사합니다.
5. 평점 및 수상 내역
네이버 평점 | 9.0점 (관객) |
IMDb 평점 | 7.1점 |
로튼 토마토 | 비공개 (한국영화로 공식지수 없음) |
청룡영화상 | 남우주연상 (최민식), 각본상 등 수상 |
대한민국영화대상 | 감독상, 남우조연상 (조진웅), 촬영상 등 수상 |
6. 맺음말 및 종합 감상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범죄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 윤종빈 감독은 권력, 부패,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파헤치고, 이를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연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영화는 단지 조폭과 검사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누가 시대의 승자인가, 권력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며, 사라지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대에 휘둘리며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인간 군상이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어우러진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